이명박 자폐외교에 나라 운명이 흔들 정치

이명박 대통령이 큰 맘을 먹고 단행한 8.8 개각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40대 총리의 발탁으로 상징되는 세대교체 만들기, 영남 친위세력의 전진배치, 강성 외교안보 라인의 유임으로 요약할 수 있다.


 40대 총리의 발탁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본다. 지난 6,2 지방선거에서도 세대교체에 대한 민의가 강하게 표출되었다. 안희정 충남지사, 이광재 강원지사, 김두관 경남지사, 송영길 인천시장 등 40, 50대 정치인들의 당선은 민심이 낡은 구세대보다 희망과 기대를 걸 수 있는 신세대 정치를 원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런 점에서 48살 김태호 전 경남지사의 총리 발탁은 이런 흐름의 연장선에서 있다는 점에서 나름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6.2 지방선거 때와 분명하게 다른 것은 지방선거 때의 세대교체 주체는 유권자였던 데 반해, 이번의 세대교체는 이명박 대통령에 의한 위로부터의 인위적인 작업이라는 점이다. 더욱이 김 전 지사의 발탁은 한나라당 대통령 경선 때부터 `정적'이 된 박근혜 견제라는 정략의 냄새가 짙다.  

  영냠 대통령, 영남 국회의장, 영남 한나라당 대표에 이어 총리까지 영남 출신으로 채운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더욱이 국정원장에 이어 이번 인사에서 경찰청장 국세청장까지 영남 인사들이 독차지했다. 실력만 있으면 됐지 지역 출신이 뭘 중요하냐고 할지 모르지만, 그렇지 않다.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면 매우 순진한 발상이고, 그렇지 않은 것을 알고 했다면 너무 악질적이다. 지역의 인연에서 아직 탈피하지 못한 한국정치, 한국의 권력 작동방식에서 볼 때, 한 지역의 요직 싹쓸이는 자원의 불평등 배분을 가속시킬 수밖에 없다. 또 이것이 다시 지역감정을 불붙여 정치의 발목을 잡는 악순환이 되풀이된다. 영포라인이란 말이 얼마나 폭발력을 가지고 있는가만 봐도 알 수 있는 일이다. 지역 편중인사는 스스로 망하는 길이다. 빨리 조정할수록 좋다고 본다.

 그래도 세대교체니 지역편중인사니 하는 것은 나라의 뿌리를 흔들 정도의 사안은 아니다. 하지만 외교안보는 다르다. 국내의 일이나 인사는 틀렸다고 생각하면 쉽게 고칠 수도 있고, 설령 잘못이 있더라도 나라의 운명을 좌우할 정도는 되지 않지만 한번 잘못 끼운 외교안보정책은 쉽게 조정할 수도 없고 자칫하면 나라의 존립을 해칠 수 있다. 구한말처럼. 
 
 이명박 대통령은 이번 개각에서 대북강경 정책, 자폐외교의 주역인 현인택 통일부 장관,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 김태영 국방부 장관을 모두 유임시켰다. 이제까지의 외교노선을 그대로 이어가겠다는 선언이다. 이런 인물들로 나라가 제대로 지탱할 수 있을지 정말 걱정이다.    

 이 대통령의 대북강경책을 책하자는 것이 아니다. 대북강경책도 도움이 되고 효과가 있다면 할 수 있다. 하지만 냉정하게 보자. 북한을 압박하는 대북강경정책이 우리에게 도움을 줬고 도움을 줄 가능성이 있는가? 내가 볼 땐 전혀 아니다. 오히려 정반대이다.

 가장 대표적인 천안함 외교를 보자. 북한을 범인으로 지목하고 총력을 기울여 북한제재를 몰아붙였지만, 그런 뜻을 관철하는 데 실패했다. 또 이 과정에서 미국을 끌어들여 군사훈련을 하고 지지를 얻는 과정에서 너무 많은 것을 잃었다. 앞으로도 잃을 것이 많다. 가장 큰 손실은 남북문제 뿐 아니라 한반도의 평화 안정을 이루는 데 큰 도움을 받아야 할 중국과 쉽게 회복할 수 없는 척을 졌다는 것이다.  미국의 항공모함을 서해바다로 끌여들여 훈련을 할려고 한 것에 대한 중국의 노골적이고 맹렬한 반발은 대중외교의 험난함을 예고한다. 중국은 한국이 앞장서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고 위협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런 악감정은 우리가 크게 의존하고 있는 중국과의 교역 등 다른 분야로 확대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북한이 우리의 강경정책에 맞서 강경으로 대응하는 움직임도 한반도 긴장을 크게 불러오고 있다. 동해에서 어선이 나포되고, 우리의 서해 해상 훈련에 북한이 대함포를 수백발 발사하는 것은 한반도 상황이 일촉즉발의 위기에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는 한국의 투자환경에 결코 이로울 것이 없다. 더구나 북한은 잃은 것이 없고, 우리는 조그만 물리적 충돌만으로도 잃을 것이 많다. 이런 남북 긴장은 북한의 체제를 흔들기는커녕 북한의 체제를 더욱 강고화하는 데 역이용될 수 있다.

 그래도, 미국이 강력하게 지지하고 있기 때문에 걱정이 없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최근 이란 제제에 동참을 강요하는 미국의 태도를 보면 그렇지 않다. 사인들끼리도 그렇지만 국제사회엔 `공짜 점심'이 절대 없다. 미국은 강력한 지지를 해 준 댓가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청구서를 들이밀 것이고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다. 이미 이란 제제 동참 요구를 내놨고, 앞으로 아프간 파병, 에프티에이 수정협상에서 더욱 많은 양보를 요구할 것이다. 미국의 천안함 지지를 애걸복걸한 우리가 미국의 이란 제재에 대한 동참 요구를 쉽게 내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미국은 한국의 제재 참여를 카드로 이란 제재에 미온적인 다른 나라들을 압박할 것이다. 석유 의존도가 매우 큰 한국도 참여하는데, 너희들도 참여하라는 논리를 펴기 위한 한국 공략이라고 한 외교전문가는 분석했다. 아프간 파병 등 다른 사안도 이런 수순이 그대로 답습될 것이다.

  이렇게 해서 얻는 귀결은 무엇인가? 대북압박이란 명분만 취하고, 실리는 다 내주는 허장성세 외교만 남을 것이다. 이번 8.8 개각은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좋은 계기였다. 그러나 실기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북한만 압박하면 된다는 자폐외교가 가져올 무서운 후폭풍이 걱정된다. 이것을 막을 수 있는 대안은 무엇인가?  나라의 안위를 위해 모두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때이다. 빨리 기존의 생각과 인물을 바꿔, 나라의 안위와 실리를 꾀하는 외교정책을 펴는 것 외에 내게 떠오르는 대안이 없다.  

TAG

Leave Comments

profile

내 글이 사회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2012.05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RSS FEEDATOM FEED
thothPowered by TextyleSponsored by ETNEWS
T-NAVI